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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w Park

트럼프 지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Sonny 이야기)

최종 수정일: 2022년 2월 1일


90년대 중반, 기숙사에 친한 백인 친구가 있었다. 크리스찬였다. 미국 중앙에 위치한 미주리주에서 온 친구였다. 여름방학 때 그 친구 고향인 미주리의 작은 시골 마을에 그 친구의 픽업트럭(pick-up truck)을 타고 가서 그 친구 집에서 묵었다. 그 동네에 동양인은 나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친구가 목공 일을 해서 동네 교회의 집 짓는 봉사활동에 가서 일도 같이했다. 또 한 여름방학 때는 시간이 남아서 신문에서 알바 자리를 찾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남의 집 페인트칠도 같이 하면서 용돈도 벌었다. 그 친구의 흑인 친구 소개로 못사는 흑인 동네의 흑인 교회도 같이 가보고, 다른 미국인도 많이 알게 됐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친구 덕에 유학생으로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미국의 ‘보통 사람들(common people)'의 삶을 겪어봤다. 미국 중부의 중하층의 백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보게 됐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매일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인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렴풋이 그 느낌은 아직도 알 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흘러 미국도 많이 바뀌었을 거다. 그래도 이 영상에 나오는 작은 마을의 저 사람들, 유세장에 모인 저 소도시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낯선 느낌이 안 든다. 그때 미주리의 작은 동네에 갔을 때의 느낌이 난다. 저 사람들은 전혀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다. 권력이나 부가 있는 사람들이 아닌 매일매일 자기 할 일을 하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때 가봤던 시골 집, 먹어봤던 미국 집밥, 동네 식당에서 먹은 기름기와 양이 풍부한 정통 미국식 아침, 중부 사투리가 섞인 영어로 말하는 그 친구의 가족과 시골 여자친구, 또 동네 사람들, 그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상에 나오는 저 군중을 보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언론에서는 저 사람들이 못배우고 무식한, 인종차별을 하는 백인들이라고 폄훼한다. 미국 언론야 일부러 그런다고 치고 한국에서마저 저 사람들을 그렇게 폄훼한다. 한국에서 저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알까? 또 이런 사람 중에는 미국에서 좀 살아봤다고, 아니면 현재 살고 있다고, 그래서 미국을 좀 안다고 저 사람들을 그렇게 평가하는 소위 ‘오피니언 리더'도 꽤 있다. 추측컨대,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어차피 머리와 감정이 굳어버린 대학 이후에 갔었으면서, 어차피 본인이 직접 겪은 것보다는 미국 주류언론에서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면서 그렇게 평가한다. 이미 PC(Political Correctness)에 찌든 서부나 동부, 혹은 중부라도 대도시 근처나 대학 근처의 지식인들 타운에 살고 있으면서 주로 백인인 저 ‘보통 사람들(common people)’을 폄훼한다. 저 유세장에 나간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보면서, 트럼프 깃발을 들고 말달리는 저 청년을 보며 트빠인 미친놈들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거다.


미국 소도시의 저 보통 사람들이 트럼프를 왜 저렇게 미치도록 지지하는지 모를 거다. 트럼프가 왜 저런 소도시의 소시민들을 찾아가는지도 모를 거다. 나도 미국을 떠난 지가 너무 오래되어 잘은 모르겠다. 그 느낌만 조금 남아있다. 그 약간의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난 저 사람들이 미친놈들로 안 보인다. 오히려 저 사람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안 좋다.


저 사람들에게 분명 우리가 모르는 자기들만의 스토리가 있을 거다. 그래서 키보드 앞에서 미국 시민들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는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 거만하게 보인다. 미주리의 작은 시골집에도 안 가봤으면서 거기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참 거만해 보인다.


그 친구의 이름은 Sonn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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